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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만인가? 속절없이 세월만 가고
후배들과 차를 따던 때가 벌써 20년이 흘렀던가?
해남 두륜산 아래 자하산방....남천다회 차밭에 다신제 행사에
참석했다. 하늘과 푸른 차는 그대로이고.... 차밭에는 나이든 사람들만 모이고나
두륜산은 팔 뻗어 바다로 달리고
산골짝엔 바람 불어 차밭 오른다
산골물 차밭가로 흘러 웅덩이지고
하늘께 차 올리고 차양 치고 먹고 마시네
나그네여 너희 집이 어디인가?
자하산방 외로움은 승경이라 더욱 깊단다.
모두들 빨리빨리 자연을 거스르는데
머리동여 질끈 각오아래 천천히 차를 따는
자연과 함께 하고자하는 작비재 여연(昨非齋 如然)과
남천다회(南荈茶會) 농민들이 하늘께 고천문(告天文) 올리노니
"은혜를 베푸시사 풍년들게 하옵소서"
시 한 수 읊조리며 보성으로 향한다
다신제
대둔 산맥은 바다로 내리고
산골 바람은 차밭골 오른다
고운 얼굴의 눈물 더 애닯고
좋은 경치에 외롬 더 쓸쓸해
자하산방은 차와 함께 놀고
남천여연은 다신제를 지낸다
순박한 남녘 농민 차례 올리오니
천지신명이시여! 풍년들게 하소서
茶神祭 (다신제)
大芚脈下繼溟隄 (대둔맥하계명제)
山谷風上茗疇溪 (산곡풍상명주계)
娟落容淚尤出惻 (연낙용루우출측)
佳中景獨益深淒 (가중경독익심처)
紫霞麓室只遊蔎 (자하록실지유설)
南荈如然告祭題 (남천여연고제제)
純朴農民茶奉禮 (순박농민봉차례)
願爲祐賜作豊兮 (원위우사작풍혜)
(茶田 2006. 5. 13)
* 천(荈)은 "늦게 따는 차"
회천으로 가는 수문포해안가가 고즈넉히 반긴다. 이 따사로운 고향.
유기농을 고집하는 회천 차농가가 반갑다. 눈코 뜰새 없는 차 수확기라 차통 건네 주기도 바쁘다. 그 와중에도 차 따는 인건비 챙기는 목소리만 높구나.
차 100통에 차 뒤 트렁크가 다 차고, 뒷 자석까지 점령한다. 영천제를 거슬러 보성다원에 이른다. 봇재 부근에 관광온 차들이 몇몇 있고 대한다업엔 관광차가 가득하다.
오늘로 다시 서울에 가야하니... 차밭가에 차 세울 틈도 없구나. 오면서 보니 팬션이 서서 다음에 오라 손짓한다. 보성은 온통 차 세상이구나. 차를 내세우지 않는 간판이 없구나.
그런데 옆에서 차를 모는 오랜 차벗이 이야기하구나. 이젠 차의 재고가 쌓이고 있다고. 너나 나나 차를 하면 돈이 된다 투자한다구나. 차를 4반세기전부터 알았으면서도.... 돈을 몰랐던.....보성 차의 산업화에 대해 졸업논문을 썼다는 지역개발과를 졸업한 벗이 보성을 지나치며 웃는구나
그러나 저러나 이번 차밭 여행은 무척 깊이 남을 것 같다. 지천명의 나이에 다시 인생을 돌아보고 사랑으로 다시 태어나자 맹세한 여행이 되었으니. 그 자리를 깔아준 영원한 잣나무같이 푸른 차벗께 고마움을 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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